26.09.10

입시곡 때문에 고민이 많은 학생에게(교수님이 어떤 곡을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입시에 적합한 곡으로 만들지 고민된다는 말에)

질문을 바꿔보면 좋겠다. 질문이 달라지면, 좋은 곡 쓰기라는 목적지는 똑같지만 과정이 달라지니까. ‘내 의도가 더 잘 전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더 좋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곡들에서 무얼 더 참고해서 곡을 발전 시킬까?’도 차라리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질문들은 너에게도 남는 것이 있다. 교수님이 뭘 좋아할지 고민하는 것은, 사실 답도 없을 뿐더러 건강한 과정으로조차 남지 못한다.

26.08.12 (레슨생이 약간 딱딱하게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 피드백) 얼마전에 김애란 작가가 사람에게 있지만 AI에게는 없는 것이 ‘망설임’이라고 한 인터뷰를 보았다. 피아노 연주도 정확히 그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연주하고 있는 곡은(느리고 감정이 풍부한 곡이었다) 정말 그렇다. 아마 연주자들에게서 이런 모션을 많이 봤을 것이다(몸과 팔을 들어올리며 무언가를 당장이라도 칠 것 같지만 치지 않는 모습을 시범 보이며). 잠시 쉬었다 들어갈 때, 혹은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직전에, 아주 짧지만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26.07.29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입시 레슨생에게) 두루두루 잘 하는 사람과 하나를 특출나게 잘 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 나름대로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건 잘 하게 되어있다. 그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26.07.03

(도입이 똑같이 반복되는 두 마디로 된 곡을 연습하는 중에)

두 마디가 완전히 똑같다는 건, 두 번을 똑같이 치라는 뜻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어떻게 두 번을 다르게 칠까를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은 크게, 한 번은 작게든, 아니면 감정을 다르게 하든.

26.04.26 (취미 레슨생의 자작곡에 대한 피드백) 지금은 피아노의 역할이 너무 한정 되어 있다. 피아노가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이 조금 더 늘면 좋겠다. 다른 악기들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네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제각기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는 것 같다(그것도 동시에). 악기들이 서로의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대화를 나누듯이 흘러가면 좋겠다.

25.08.08 곡 쓰기의 마지막 단계는 끝나지 않는 꾸준한 실연이다. 연주하는 자의 개성이 깃들고, 비로소 살아 있는 음악이 되고, 의도적 수정이 아니라 우연적인 수정이 활발히 일어나는 단계이다.

25.07.29 레슨생이 시에 멜로디를 짓고, 내가 코드를 붙였다. 그리고 첫 라이브(?)를 27개월 소진이 앞에서 연주해주셨다. 짝짝짝:)